예전엔 가정마다 펌핑(Pumping)을 하는 수동식 우물이 있었다. 지하수를 끌어 올리기 위해 한 바가지의 물이 필요한데 이것을 ‘마중물’이라고 불렀다. 이 마중물을 생각할 때마다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때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마중물같은 삶을 실천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코로나19는 일상의 모든 것을 변하게 만들었다.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팬데믹(Pandemic) 상황에서 죽음의 바이러스는 지구촌을 위협하고,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사회적 거리두기와 5인 이상의 사적인 모임 금지, 예배 인원의 제한과 공적 예배 외에는 교회 내 소모임을 가질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초래하였다. 영업시간 제한과 매출의 하락으로 인해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 소상공인들과 여전히 소외된 이웃들의 멍든 가슴, 무엇보다 공정과 정의에 목마른 청춘들의 좌절과 분노에 찬 소리 없는 외침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먹먹하게 한다. 또한 ‘코로나 블루’(Corona Blue)와 ‘코로나 레드’(Corona Red)라는 신조어는 우리 사회의 집단 우울감과 경직된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으며, 이전의 삶으로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은 우리를 더욱 절망케 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야 하며, 마중물같은 인생을 살기 위하여 주님께 되물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마중물이 되셔서 죄로 오염된 어두운 인간 세상에 구원의 빛이 되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마 5:14에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라며 세상을 밝히는 마중물이 되라는 책무를 우리들에게 주셨다. 마중물은 맑지 않아도 된다. 있는 모습 그대로 좁은 관을 타고 내려가 어둠 속에 갇혀 있던 물을 밝음으로 인도한다. 마중물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겸손함을 겸비하고 있다. 맑은 물이 빛을 보면 어디론지 사라지기 때문이다. 마중물은 한 바가지면 충분하다. 구약의 ‘남은 자’(Remnant)들을 통해 하나님의 구원이 실현되었듯이 허물 많고 연약한 우리가 주님께 마중물로 붙들리면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믿음의 기지개를 켜고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가 걸어가야 할 새 희망의 길을 바라보며 주님을 닮은 깊은 영성과 더욱 성숙한 신앙을 준비할 때이다. 신앙생활의 본질인 예배와 기도의 자리를 생명처럼 지키며 다시 한번 한국교회를 통해서 일하실 주님의 시간들을 믿음으로 준비해야 한다.

  우리가 교회와 세상 속에서 마중물같은 섬김과 헌신의 삶을 살아낼 때 그리스도의 푸르른 계절은 이 땅에 더욱 아름답게 임할 것이다.

  “우리는 뒤로 물러가 멸망할 자가 아니요 오직 영혼을 구원함에 이르는 믿음을 가진 자니라.”(히 10:39)

                                                        여의도순복음광주교회 김창수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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